국민 먹거리 가격을 흔든 6년의 짬짜미
밀가루 가격 이야기는 늘 체감이 빠르다. 라면, 빵, 과자, 국수처럼 내 식탁과 바로 연결된 품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정거래위원회가 7개 제분사의 담합을 적발하고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소식은 단순한 기업 제재로만 보이지 않는다. 사실상 생활물가 전반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7개 제분사가 약 6년에 걸쳐 밀가루 판매가격과 물량을 서로 맞춰왔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담합이 이뤄졌다고 봤고, 과징금은 총 6710억4500만원에 달했다. 담합 사건 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예전 LPG 담합 사건 때의 6689억원을 넘어섰으니, 공정위 입장에서도 쉽게 넘길 사안이 아니었던 셈이다.
내가 보기에도 이번 건은 단순히 “가격을 올렸다”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원재료 시세가 오를 때는 인상폭과 시기를 맞췄고, 반대로 원가가 내려가는 시기에는 인하를 늦췄다. 시장이 제 역할을 못 하게 만든 전형적인 담합 구조로 분석된다. 소비자는 비싸게 사고, 기업은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이익을 챙긴다. 이런 구조가 오래 지속되면 결국 가격 신호 자체가 왜곡된다.
공정위가 본 이번 사건의 무게
공정위가 이번 사안을 중하게 본 이유는 분명하다. 7개사는 이미 2006년에도 밀가루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다. 한 번 경고를 받고도 같은 방식의 행위를 반복했다는 점에서, 위법의 반복성과 고의성이 강하게 읽힌다. 여기에 정부가 물가 안정 차원에서 지원한 보조금이 지급된 기간에도 담합이 이어졌다는 점까지 겹쳤다. 공정위가 법 위반 정도를 중대하게 판단한 배경이다.
7개사는 사조동아원,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이다. 이들은 국내 B2B 밀가루 시장의 87.7%를 차지하는 과점 사업자들이다. 시장이 이렇게 좁으면 경쟁의 긴장감이 약해질 수밖에 없고, 그 틈을 노린 담합은 훨씬 더 큰 파급력을 갖는다. 실제로 관련 매출액도 약 5조6900억원 수준으로 산정됐다. 숫자만 봐도 사건의 규모가 감이 온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 들어간 뒤 약 7개월 만에 제재 수위를 끌어올렸다. 심사 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했고, 검찰의 공소장에 해당하는 단계까지 도달했다. 다만 최종 위법 여부와 과징금, 시정명령의 확정은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아직 절차는 남아 있지만, 이미 공정위가 본격적인 제재 국면으로 넘어갔다는 의미는 분명하다.
가격은 왜 이렇게 움직였나, 담합의 작동 방식
이번 사건을 흥미롭게 보는 이유는 담합의 방식이 꽤 치밀했다는 점이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대형 수요처와 중소형 수요처를 나눠 총 24차례에 걸쳐 가격과 물량을 맞췄다. 농심, 팔도, 풀무원 같은 대형 수요처를 대상으로는 공급가격과 물량을 조율했고, 중소형 수요처와 대리점 등 전 거래처를 상대로는 공급가격 담합을 벌였다.
회합도 적지 않았다. 총 55회에 걸쳐 대표자급과 실무자급 회합이 이어졌다. 영업본부장 이상이 큰 방향을 잡고, 영업팀장 등 실무자가 세부 내용을 구체화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이런 구조는 담합의 전형적인 방식이다. 겉으로는 각자 영업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합의된 틀 안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다.
원맥을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원재료 가격 변동이 크면 제분사들은 그 변동을 판매가격에 반영하려는 유인이 생긴다. 문제는 이번엔 그 반영 과정 자체를 서로 맞췄다는 데 있다. 즉 시장 변화에 대응한 가격 조정이 아니라, 시장을 이용해 가격 조정을 공동으로 설계한 셈이다.
“앞으로도 밀가루와 같이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식료품의 가격 등을 놓고 이뤄지는 담합에 대한 감시를 보다 강화하고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중히 제재해 나갈 계획이다.”
38%에서 74%까지, 체감 물가가 더 아팠던 이유
공정위가 제시한 수치 가운데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담합 시작 시점과 비교한 가격 상승폭이다. 2019년 12월 대비 2022년 9월 밀가루 판매가격은 제분사별로 약 38%에서 최대 74%까지 올랐다. 이 정도면 단순한 원가 반영이라고 보기 어렵다. 시장 참여자들의 공동행위가 가격 수준 자체를 끌어올렸다고 해석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아래 표로 보면 담합의 규모와 시장 구조가 한눈에 들어온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숫자를 정리해 보면, 왜 이 제재가 역대 최대인지 조금 더 선명해진다.
| 항목 | 내용 |
|---|---|
| 담합 기간 | 2019년 11월 ~ 2025년 10월 |
| 참여 업체 수 | 7개 제분사 |
| 과징금 총액 | 6710억4500만원 |
| 국내 B2B 밀가루 시장 점유율 | 87.7% |
| 관련 매출액 | 약 5조6900억원 |
| 가격 상승폭 | 약 38% ~ 최대 74% |
제분사 A ■■■■■■■■■■■■■■ 38%
제분사 B ■■■■■■■■■■■■■■■■■■■■■■■■■■■ 74%
제분사 C ■■■■■■■■■■■■■■■■■ 50%
제분사 D ■■■■■■■■■■■■■■■■■■ 55%
이 그래프는 단순한 시각화지만, 시장의 왜곡이 어느 정도였는지 체감하는 데는 꽤 유용하다. 특히 가격이 내려가야 할 시기에도 인하를 늦췄다는 점을 함께 보면, 소비자가 느낀 부담은 단순한 상승률보다 더 컸을 가능성이 높다. 나처럼 장보기를 직접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구조가 은근히 더 불쾌하다. 올라갈 땐 빠르고, 내려갈 땐 느리면 결국 손해는 소비자 몫이기 때문이다.
가격 재결정 명령이 갖는 의미
공정위는 이번에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도 내렸다. 담합으로 왜곡된 가격을 정상 수준으로 다시 산정하라는 취지다. 이 조치는 과징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벌금처럼 끝나는 게 아니라, 시장 가격 자체를 다시 바로잡도록 요구한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크다.
이번이 밀가루 담합 사건에서 세 번째 가격 재결정 명령이라고 한다. 2006년 사건 이후 20년 만에 다시 적용되는 셈인데, 그만큼 공정위가 이번 건을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당시에는 가격이 약 5% 인하됐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에도 단순한 선언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실제 가격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향후 3년간 밀가루 가격 변경 내역을 연 2회 서면 보고하도록 한 점이다. 이런 사후 관리가 붙어야 제재가 한 번의 이벤트로 끝나지 않는다. 담합은 적발보다 재발 방지가 더 중요하다. 특히 식료품처럼 생활과 밀접한 품목은 가격 왜곡이 소비자 체감으로 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남긴 현실적인 메시지
나는 이런 사건을 볼 때마다 시장은 결국 감시가 있어야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경쟁이 제대로 작동하면 가격은 원가와 수요에 맞춰 움직이지만, 몇몇 사업자가 과점 구조를 이용해 손발을 맞추면 그 질서는 쉽게 무너진다. 밀가루는 그 결과가 라면, 빵, 과자, 국수 가격으로 번지니 파급력이 더 크다.
공정위가 이번 사건을 빠르게 처리한 것도 의미가 있다. 민생과 직결된 품목은 처리 속도가 중요하다. 담합이 길어질수록 소비자 피해는 누적되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담합 이득을 훨씬 넘어서는 무거운 제재”를 강조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읽힌다. 시장 질서를 해친 대가가 가볍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제재가 일회성 경고에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밀가루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생활물가의 기초를 이루는 품목이다. 이 품목에서 담합이 반복되면 결국 소비자 신뢰가 무너진다. 신뢰가 무너지면 시장은 가격보다 더 큰 비용을 치른다. 그래서 이번 제재는 과징금 액수보다도, 공정한 가격 형성 구조를 다시 세우겠다는 신호로 보는 편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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